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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운명, KBO 외국인 선수들의 명암: 플로리얼의 쓸쓸한 작별과 갬보아의 미국 리턴

By황현주 (Hwang Hyun-ju)

12월 10, 2025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시장은 냉정하고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부상의 불운 속에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타자와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고 다시 미국 무대를 노크하는 투수의 소식이 동시에 전해지며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에스테반 플로리얼은 끝내 재취업에 실패하며 한국을 떠났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알렉 갬보아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손을 잡았다.

끝내 닿지 않은 재취업의 꿈, 플로리얼의 마지막 일주일

지난 26일 KBO로부터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 플로리얼이 27일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가 지난 19일 웨이버 공시를 요청한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원하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시 기간 동안 플로리얼은 한국을 떠나지 않고 대전에 머물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구단이 배려 차원에서 제공한 아파트에 머물며 사설 아카데미에서 타격 훈련을 이어가는 등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타 구단의 부름은 없었다.

당초 한화는 플로리얼의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루이스 리베라토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리베라토가 합류 직후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자, 김경문 감독과 구단은 결단을 내렸다. 계약 만료일까지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플로리얼이 다른 팀을 알아볼 수 있도록 빠르게 거취를 정해주는 것이 예의라 판단했다. 평소 성실했던 플로리얼을 위한 배려였다.

부상이라는 불운, 그리고 닫혀버린 이적 시장

플로리얼이 시장에 나왔을 때, 외국인 타자 교체가 필요한 팀들이 일부 거론되기도 했다. 맷 데이비슨이 부상으로 이탈한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었으나, 규정상 웨이버 공시된 선수는 대체 외국인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KT 위즈나 SSG 랜더스 역시 기존 외국인 타자들의 높은 몸값과 검증된 실력을 고려할 때, 플로리얼로의 교체는 모험에 가까웠다.

결국 플로리얼은 65경기 타율 2할7푼1리, 8홈런, 29타점의 성적을 뒤로하고 짐을 쌌다.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5월 중순 이후 1번 타자로 나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시점에 당한 사구 부상이 뼈아팠다. 뼛조각이 발견되는 견열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대체 선수 리베라토가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치며 그의 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경기는 뛸 수 없었지만 올스타전에 참석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던 그의 모습은 더욱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롤러코스터 시즌’ 갬보아, 보스턴과 스플릿 계약 체결

플로리얼이 아쉬움 속에 한국을 떠난 반면,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알렉 갬보아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다. 미국 현지 언론은 갬보아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 형태로,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시 92만 5천 달러(약 13억 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2025시즌 5월, 찰리 반즈의 부상 대체 선수로 롯데에 합류한 갬보아는 극과 극의 시즌을 보냈다. 6월 한 달간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 월간 MVP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급격히 무너지며 마지막 12경기에서 1승 7패 평균자책점 4.55에 그쳤고,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을 막지 못했다.

계속되는 외국인 선수들의 ‘역수출’ 러시

갬보아 외에도 이번 시즌 KBO리그를 거친 다수의 투수들이 미국 무대로 복귀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MVP까지 거머쥔 코디 폰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었고, 그의 동료 라이언 와이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향했다. 또한 전 SSG 랜더스의 드류 앤더슨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한편, 롯데는 시즌 중반 터커 데이비드슨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빈스 벨라스케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벨라스케스는 11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8.23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기며 한국 무대 적응에 실패했다. 매년 반복되는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과 방출, 그리고 미국 복귀라는 순환 고리 속에서 선수들의 운명은 이처럼 냉혹하게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