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 4월 14th, 2026

“한국이 휩쓸었다” CES 2026 달군 K-로봇… 4천 달러 앞세운 중국의 반격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의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였다. 온라인 속 챗봇을 넘어 물리적 실체를 갖춘 지능형 로봇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장에서는 로봇 시대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화려했던 K-로봇의 비상과 그 이면에서 매섭게 추격 중인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피지컬 AI 생태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공장부터 가정까지 장악한 K-로봇의 저력

행사장의 주인공은 단연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기존 유압식에서 완전 전동식으로 진화한 아틀라스는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몸을 완전히 접었다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움직이는 와중에도 몸통을 자유롭게 회전시켰다. 성능 또한 압도적이다. 영하 20도에서 영상 50도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을 견디며 최대 50kg의 화물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자유로운 회전이 가능한 56개의 관절은 32kg 이상의 무거운 짐을 들고 몸통을 돌리면서도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게 해 준다. 선반의 부품을 오차 없이 분류하는 섬세함도 갖췄다. 무엇보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율 배터리 교체 기능까지 탑재해 24시간 무인 가동의 길을 열었다. 유력 IT 매체 CNET이 아틀라스에게 ‘CES 2026 최고 로봇상’을 수여하며 양산형 모델이 자동차 공장 투입 준비를 마쳤다고 극찬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산업 현장에 아틀라스가 있다면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는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가 관람객의 마음을 훔쳤다.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기치로 내건 클로이드는 바퀴 달린 몸체에 105~143cm까지 조절 가능한 허리, 5개의 손가락이 달린 87cm의 팔을 갖췄다. 높은 곳의 물건을 척척 집어내고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시각언어 모델(VLM)과 시각언어행동(VLA) 기술이 적용되어 다양한 표정과 언어로 사용자와 교감한다. 실제 시연에서 클로이드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어 아침을 준비했으며, 세탁된 옷을 반듯하게 개어 정리한 뒤 “빨래 다 됐어요”라고 보고하는 완벽한 가사 능력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능으로 장애물을 부드럽게 피하는 이동 성능도 돋보였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내년에 기기를 실험실 밖으로 꺼내 실증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향후 고객의 생활 패턴까지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으로 상용화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역시 신제품 4억 대에 AI를 탑재하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의 발표처럼 스마트폰을 다양한 서비스의 AI 허브로 삼고, TV와 가전을 연결해 수면과 건강까지 관리하는 완벽한 ‘홈 AI 동반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박 깨고 춤추는 대륙의 로봇, 절반을 점령하다

한국의 독무대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축제 이면에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추격이 도사리고 있었다. 올해 CES에 명함을 내민 약 40개의 휴머노이드 기업 중 무려 절반이 중국 업체였다. 유니트리의 로봇이 사각 링에 올라 권투 경기를 시연하고 하이센스의 로봇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사람과 흡사한 외형의 로봇이 무술을 뽐내며 발차기로 수박을 산산조각 내는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이 밖에도 로보락이 세계 최초로 다리 달린 로봇 청소기를 내놓는 등 중국은 특유의 저돌적인 방식으로 로봇 시장 주도권을 향한 야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4천 달러짜리 휴머노이드의 등장… ‘가성비’로 무장한 반격

중국의 위협은 단순한 기술 과시에 그치지 않는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대중화에 한발 먼저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주부터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보급형 휴머노이드 ‘R1’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북미,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풀린다. 책정된 가격은 불과 4,370달러에 불과하다.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자동차를 사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앞서 1만 9천 달러에 올라온 상위 모델 ‘G1’에 이어, R1의 등장은 로봇 기술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시장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R1의 가격 파괴력은 더욱 명확해진다. 유니트리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 H1이 9만 달러에 육박하고, 피규어 AI나 앱트로닉의 기기가 5만 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조차 연산 100만 대 체제가 갖춰져야 2만 달러 이하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듯 값비싼 세단이 즐비한 시장에 R1은 소형 해치백의 가격표를 달고 돌진하고 있다.

저렴하다고 성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키 1.2m, 무게 22.6kg의 아담한 체구에 26개의 스마트 관절을 품고 있으며,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음성 및 이미지 인식 기능까지 기본으로 지원한다.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도 제공된다. 옆돌기는 물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며 내리막길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등 ‘스포츠용’으로 태어났다는 제조사의 설명이 무색하지 않다. 물구나무서기나 뒤돌려차기 같은 고난도 동작을 소화하는 이 로봇의 가격이 중고차 한 대 값도 안 된다는 사실은, K-로봇의 화려한 기술적 성취 이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치열하고 냉혹한 가격 경쟁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