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강원도청)가 한국 수영사에 또 한 번 굵직한 발자취를 남길 준비를 마쳤다. 28일 한국시각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5 세계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전에서 그는 1분44초84의 기록으로 여유롭게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이는 미국의 루크 홉슨(1분44초80)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다비드 포포비치는 1분45초02로 5위에 랭크되며 황선우보다 0.18초 뒤처졌다. 같은 날 오전에 치러진 예선에서 1분46초12를 기록하며 조 5위, 전체 8위로 다소 아슬아슬하게 준결승에 올랐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완벽한 레이스였다.
파리의 악몽 지우고 전인미답의 기록 도전
이번 결승전은 단순한 메달 획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지난 파리올림픽 당시 예선 전체 4위(1분46초13)로 준결승에 진출하고도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9위로 밀려나며 8인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 직후 절치부심한 황선우는 지난 3월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해당 종목에서 우승하며 기량을 완벽히 회복했다.
그가 이번 대회 시상대에 오르게 되면 남자 자유형 200m 종목에서 4년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거는 대기록이 완성된다. 이미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은메달, 2023년 후쿠오카 대회 동메달에 이어 지난해 도하 대회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한국 선수 최초 세계선수권 3연속 입상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나아가 지난해 도하에서 수확한 자유형 200m 금메달과 계영 800m 은메달을 더해 현재 박태환과 동률(3개)인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최다 메달 기록도 단독 1위로 경신하게 된다.
정직한 땀방울의 허탈함, 수영계의 기형적 보상 체계
황선우가 정통 수영 무대에서 순수한 기량만으로 새로운 역사를 향해 달려가는 한편, 해외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씁쓸함을 삼켜야 했던 선수의 사연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호주 출신 수영 스타 카메론 맥어보이는 최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 오픈 50m 자유형에서 20초88을 터치패드에 찍으며 16년 묵은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9년 전신수영복 착용이 허용되던 시절 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가 세운 것으로, 당시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았던 200여 개의 신기록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맥어보이는 이를 0.03초 앞당기며 마침내 오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냈다.
하지만 공식 대회에서 달성한 정당하고 깨끗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돌아온 포상금은 0원이었다. 차이나 오픈이 세계수영연맹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규정 탓이다. 수영연맹 주관 월드컵에서 신기록을 세우면 1만 달러를 받고, 지난해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 유일하게 신기록을 작성한 레옹 마르샹이 3만 달러를 거머쥔 것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허탈한 결과다.
도핑이 허용된 무대와 150만 달러의 촌극
맥어보이를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은 다가오는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다. 도핑과 전신수영복이 합법화된 이 논란의 대회에서는 약물 검사가 없어 역사적인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곳에서 세계 기록을 깰 경우 무려 100만 달러의 보너스와 25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지급한다.
금지약물이나 첨단 수영복의 도움 없이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 세계 최고가 된 깨끗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전무하다. 반면 약물의 힘을 빌린 쉬운 길을 택하는 이들에게는 도합 150만 달러 이상의 막대한 부가 쏟아지는 구조다. 맥어보이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현재 스포츠 생태계에 존재하는 이 극명하고 터무니없는 대비에 망연자실함을 표했다. 순수한 땀방울의 가치와 물질적 보상이 정비례하지 않는 현대 수영계의 씁쓸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