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5월 15th, 2026

KBO 마운드의 희비쌍곡선: 이강철의 500승 대기록과 로젠버그의 험난한 귀환기

KT 위즈 이강철(59) 감독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4일 잠실 원정에서 두산 베어스를 6-3으로 꺾으며 역대 14번째이자 최고령 500승 사령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2019년 KT의 3대 감독으로 부임해 그해 3월 KIA를 상대로 마수걸이 승리를 거둔 이후, 이강철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왔다. 2020년 100승, 2021년 200승을 거쳐 올해 5월 키움전에서 400승 고지를 밟았고, 마침내 통산 944경기 만에 500승 422패 22무(승률 0.542)라는 금자탑을 완성했다.

이 뜻깊은 승리의 발판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좌완 선발 오원석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오원석은 6이닝 동안 4피안타 5탈삼진 2볼넷 1실점이라는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10승(3패)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2.78까지 떨어졌다. 2020년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던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이적 첫해에 보란 듯이 밟아낸 오원석, 그리고 그 승리로 최고령 500승 고지에 오른 감독의 시너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하루였다. 반면 두산은 이 패배로 2연패 수렁에 빠지며 9위(32승 48패 3무)에 머물러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이처럼 기록 달성의 환희가 그라운드를 채운 반면, 대구에서는 짙은 아쉬움의 탄식이 교차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맞대결에서 삼성 좌완 선발 이승현은 다 잡았던 평생의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9회초 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지키며 ‘노히트 노런’을 직감하던 찰나, 116구째 던진 공이 뼈아프게도 신민재의 배트에 제대로 걸려 우월 홈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하필이면 신민재의 데뷔 첫 홈런이 이승현의 대기록을 산산조각 내는 한 방이 될 줄이야. 결국 허탈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이승현은 8⅓이닝 1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에도 불구하고 그저 시즌 4승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이 4-1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마운드 위 이승현의 뒷모습에는 잊지 못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치열하고 극적인 투수전이 연일 펼쳐지는 KBO리그. 그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로 또 한 명의 투수가 꽤나 피말리는 과정을 거쳐 합류를 알렸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네이선 와일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키움 히어로즈와 도장을 찍은 케니 로젠버그(31)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5만 달러(약 7,459만 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그가 다시 고척돔 마운드를 밟기까지는 무려 2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속전속결로 끝났어야 할 합류 절차가 이토록 꼬인 건 전적으로 비자 문제 때문이었다. 사증 발급 번호가 나오는 데만 열흘이 지연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자 발급 거점인 일본이 마침 연휴에 돌입하면서 발이 완전히 묶여버렸다. 속이 탄 로젠버그는 거주지 근처인 로스앤젤레스 미국 영사관까지 직접 발품을 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가 영사관을 찾아가 비자 발급을 재촉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처리가 지연되며 결국 3주 넘게 캘리포니아에서 몸만 만들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12일이 되어서야 간신히 비자를 손에 쥔 그는 14일 새벽 4시 1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일 한화전이 열리는 고척으로 직행했다. 마이너리그 구단들의 오퍼마저 단칼에 거절하고 1년 전 자신을 1선발로 기용했던 키움으로의 복귀만을 묵묵히 기다렸던 그다. 당시 13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3.23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기고도 부상 탓에 일찍 짐을 싸야 했던 로젠버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참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마침내 왔다”며 덤덤히 소회를 밝혔다. 비자 문제는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었으나, 그동안 훈련 시설이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꾸준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현장에서 그를 맞이한 설종진 키움 감독 역시 긍정적인 눈치다. 컨디션이 괜찮다는 선수의 말에 주말 등판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당장 무리해서 100구를 던지게 하기보단 3~4이닝부터 점진적으로 투구 수를 늘려갈 계획을 밝혔다. 로젠버그 본인도 “시차 때문에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랫동안 기다려 온 만큼 감독님이 토요일에 올라가라 하시면 기꺼이 던지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오는 6월 2일까지만 유효한 단기 계약 꼬리표를 단 로젠버그. 현실적으로 그가 KBO 마운드에 서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단 세 번 남짓이다. 너무 복잡한 계산보단 오직 자신이 할 수 있는 투구에만 집중해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하는 그가 과연 이 험난했던 기다림을 어떤 피칭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대기록의 환희와 깨져버린 기록의 아쉬움이 쉴 새 없이 엇갈리는 KBO 마운드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