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6월 17th, 2026

마드리드 더비의 혈투와 챔스 8강행, 그리고 피어오르는 모드리치 귀환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가 그야말로 지옥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13일 스페인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원정 경기는 킥오프 호각이 울리자마자 크게 요동쳤다. 전반 1분 만에 코너 갤러거에게 벼락같은 선제골을 얻어맞고 1차전 패배(1-2)에 이어 합산 스코어의 리드마저 헌납한 것이다. 후반 25분, 절호의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음에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슈팅이 허무하게 골문을 외면했을 때만 해도 마드리드 더비의 여신은 아틀레티코를 향해 웃는 듯했다. 양 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의 혈투 끝에도 추가 득점을 내지 못했고, 결국 승자의 향방은 잔혹한 룰렛인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팽팽했던 승부차기의 흐름을 단번에 가른 건 실력보다는 기이한 불운이었다. 아틀레티코의 두 번째 키커 훌리안 알바레스가 슛을 성공시켰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킥을 하는 순간 공을 두 번 건드린 ‘투 터치’ 반칙이 확인되어 득점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황당한 나비효과가 아틀레티코 선수단의 멘탈을 뒤흔들었는지 네 번째 키커마저 어이없는 실축으로 자멸하고 말았다. 레알 역시 네 번째 키커 루카스 바스케스의 슈팅이 얀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아찔한 순간을 맞았으나, 마지막 키커로 나선 안토니오 뤼디거가 침착하게 마침표를 찍으며 4-2 승리를 확정 지었다. 천신만고 끝에 8강행 티켓을 거머쥔 레알의 다음 상대는 원정 1차전 7-1 대승을 발판 삼아 홈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에인트호번을 제압한 아스널이다.

이렇듯 피 말리는 유럽 대항전의 생존 경쟁이 한창이지만, 경기장 밖 베르나베우의 수뇌부 상황도 못지않게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재선과 함께 클럽은 이미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1년 새 무려 네 번째 사령탑으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깜짝 복귀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또 다른 전설의 귀환 스토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지난여름 13년간 몸담으며 무려 6번의 빅이어를 들어 올렸던 영광을 뒤로하고 AC 밀란으로 둥지를 옮겼던 루카 모드리치의 복귀설이다.

이 흥미로운 떡밥의 진원지는 크로아티아 축구의 전설 다보르 슈케르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를 통해 “모드리치가 밀라노에 남을지 마드리드로 갈지 다들 내게 묻는데, 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무언가 거대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며 불씨를 지폈다. 당장 수요일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경기를 앞둔 모드리치의 거취에 대해 슈케르는 “일단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는 듯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9월이면 불혹을 넘긴 41세가 되는 그이기에 현역 연장인지, 혹은 코칭스태프 합류인지 집요한 질문이 쏟아지자 “더 이상은 말해줄 수 없다. 내게도 숨 쉴 공간을 달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도 그가 마드리드와 다시 손을 잡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강하게 보증했다.

현지에서는 모드리치가 무리뉴 사단의 일원으로 합류할 가능성에 꽤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안첼로티 체제에서도 이미 비슷한 코치직을 제안받은 바 있고, 2012년 토트넘에서 뛰던 그를 베르나베우로 직접 데려왔던 장본인이 다름 아닌 무리뉴라는 끈끈한 인연이 벤치에서의 재회를 더욱 자연스럽게 포장해 준다. 한때 지네딘 지단이 안첼로티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훗날 챔스 3연패의 주역이 되었듯, 마드리드의 중원을 유려하게 지휘하던 모드리치가 이제는 벤치로 물러나 무리뉴의 전술적 조력자이자 새로운 축구 도사로 변모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